올해, 중국 자본의 인도 스타트업 투자 건수가 크게 증가하여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출구 전략이나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 등 인도에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부여했다.
중국 투자자가 한 인도 컨텐츠 스타트업이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활성 유저들을 1인 당 8달러로 평가하여 다른 투자자들과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중국 투자자들이 인도 스타트업에 갖고 있는 관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투자자들은 중국-인도 양국 정부 간 지정학적 차이에 관계 없이 이윤을 얻기 위해 최대한의 투자를 하려 한다. 중국은 떠오르는 인도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느린 시작
이 모든 것은 2015년 알리바바가 페이티엠(Paytm)에, 디디추싱(Didi Chuxing)이 올라(Ola)에 투자하면서 시작되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중국 회사들은 중국보다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 경제에 점차 강한 확신을 느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2017-18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서 인도는 40위를 차지하였으며, 중국은 조금 더 높은 27위를 차지했다. 최근 투자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전 영역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유어스토리(YourStory)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VC는 2017년 12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반면, 2018년에는 총 21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투자 규모는 2017년 28억 달러에서 2018년 17억 5천만 달러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투자 규모만을 두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2017년에는 텐센트(Tencent) 등 기업의 25억 달러 자금이 플립카트(Flipkart), 올라(Ola)와 같은 유니콘 기업의 대규모 펀딩에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장밋빛 거시환경
중국 투자자들은 왜 인도 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한 가지 원인으로 유망한 거시 환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3원4 캐피털(3one4 Capital)의 창업 파트너이자 CFO인 싯다르타 파이(Siddarth Pai)는 이에 대해 “인도 시장은 세 가지 중요한 투자 요소를 지녔다는 점에서 전 세계 대기업에 유일무이한 기회를 가져다 준다. 그 세 가지 요소란 i) FDI 정책의 높은 자유도, ii) 지속적인 소비층 확대, iii) 높은 스마트폰 및 인터넷 보급율이다.”라고 언급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인도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문제점인 ‘성장 자본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인벤투스 인디아(Inventus India)의 러트빅 도시(Rutvik Doshi) 상무이사 겸 고문은 “인도로 자금이 유입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인도의 소비자 인터넷과 B2B 소프트웨어가 갖고 있는 기회와 잠재력을 고려하면 아직 자본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도 스타트업을 향한 첫 투자 열풍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인도 스타트업은 최근 몇 년 간 동양의 파트너를 찾고 있었으며, 명백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VC인 슌웨이 캐피털(Shunwei Capital)이 초기 및 중기 투자에 관심을 갖고 10개의 인도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였다.
슌웨이 캐피털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소셜 네트워킹, 미디어, 마켓 플레이스, 핀테크, 헬스케어, SaaS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투자건(다른 VC 투자건 포함)은 5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까지 A, B, C 단계에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슌웨이 캐피털의 투자에서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으로는 쉐어챗(Sharechat),캐시파이(Cashify), 론탭(Loantap), 프라틸리피(Pratilipi),마이업차르(Myupchar), 미쇼(Meesho) 등이 있다.
사실 중국 투자자들은 여러 단계의 스타트업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 참조)
그랜드 손튼 인디아(Grant Thornton India)의 비디야 샨카르(Vidhya Shankar) 전무 이사는 “인도 스타트업 시장의 시리즈A 투자는 줄곧 제한적이었다. 이곳이 바로 중국 투자자들이 뛰어들어야 할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비디야에 따르면, 중국의 디지털 경제는 이미 엄청난 부를 창출했고, 성장의 관점에서 볼 때 인도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다.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인도 스타트업으로는 고-업워즈(Go-upwards), 프라틸리피(Pratilipi), 겟보컬(Getvokal), 마이업차르(Myupchar) 등이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이나 그와 비슷한 단계의 기업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리스크를 방지하였다. 초기에는 페이티엠(Paytm), 올라(Ola), 스위기(Swiggy) 등에 투자하였으며, 2017년에는 플립카트(Flipkart), 바이주스(BYJU’s), 프락토(Practo) 등에 투자하였다. 2018년에는 영역을 좀 더 넓혀 빅바스켓(Bigbasket), 조마토(Zomato), 가나(Gaana), 쉐어챗(Sharechat) 등에 투자하였다.
엑스피니티 벤처스(Exfinity Ventures)의 V 발라크리쉬넌(V Balakrishnan) 회장은 “중국인들은 인도 소비 시장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중국에서의 성공 신화를 인도에서 다시 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BAT(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3대 인터넷 기업) 중 2개 기업은 이미 오랫동안 인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올해 텐센트는 가나(Gaana)와 드림 11(Dream 11) 등 2개 스타트업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과거 플립카트, 올라, 바이주스, 프락토 투자에도 참여했다. 알리바바 역시 올해 빅바스켓, 페이티엠 몰(Paytm Mall), 조마토, 익스프레스비스(XpressBees) 등 4개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인도의 소비자 인터넷 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진 중국 투자자들은 핀테크, 컨텐츠, 에듀테크, 헬스케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올해 온라인 자동차 검색 포털 카데코(Cardekho)는 힐하우스 캐피털(Hillhouse Capital) 등으로부터 7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힐하우스는 지난 2015년에도 카데코(Cardekho)사의 펀딩에 참여한 바 있다. 힐하우스 캐피털은 2005년에 설립된 투자사로 5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의 IT 회사인 텐센트와 JD닷컴(JD.com) 등의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9월에는 PE 펀드에 사상 최대 금액인 106억 달러를 모집하기도 했다.
새로운 분야 개척
그런데 중국 투자자들은 왜 인도 시장에 주목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있어 중국은 이미 포화 시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의 땅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싯다르타는 “과거 중국처럼 최고의 시장 잠재력을 갖춘 분야를 찾고 해당 분야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바로 중국식 투자 모델인 것 같다. 지난 몇 년 간 인도에서 ‘중국식 투자’를 해 온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추세가 명백히 나타난다. 인도 소비자들은 다른 지역 및 문화의 소비자들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해당 모델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중 간 무역 갈등을 통해 미국은 더 이상 실질적인 투자 대상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다른 나라로 옮겨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 규모를 보면 인도는 커다란 기회의 땅이다. 인도의 디지털 경제를 탄생시킨 인터넷 접속 가능 휴대전화의 보급률 또한 투자자들에게는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한다.
비디야는 “중국 투자자들이 펀드출자자(LP, limited partner)와 펀드운용자(GP, general partner) 중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언급했다. 펀드운용자는 설립자의 마인드 측면에서 시장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가 필요하며, 인도의 다양한 정책과 이질적 특성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기회와 도전
중국 투자자들이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가져다 줄 가장 큰 기회는 출구전략 옵션과 새로운 시장 개척 옵션이다. VC 업계는 중국 투자자들이 인도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모색하고 중국식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벤투스의 러트빅은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중국 투자자를 통해 출구 전략과 기타 전략적 측면 모두를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중국 투자자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 시장 진출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전 과제도 남아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어떻게 인도의 형식주의적 절차나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어 인도 시장을 탐색할 것인가? 중국 기업과 인도 스타트업의 운영 방식에도 극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인도 사람들은 중국식 기업 문화를 ‘9시부터 9시까지, 일주일에 6일간 일한다’는 뜻에서 ‘996’으로 표현하곤 한다.
발라크리쉬넌은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커다란 생태계와 가치를 창조해냈다. 하지만 인도 스타트업들은 아직 중국만큼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싯다르타는 “투자는 지역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당 지역에 맞는 측정 가능한 최고의 솔루션을 찾아내며, 지역의 기업가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를 가장 잘 경영할 수 있도록 신뢰하는 데 성패가 달려있다. 기업을 감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곳에서의 업무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기업을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난 9월, 홍콩의 다전략 민간투자사무소 인티그레이티드 캐피털(Integrated Capital)의 제프리 얌(Jeffrey Yam)은 유어스토리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시장에 어떻게 제대로 투자할 것인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인도를 단기간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외국인 투자자로서 인도에서 제대로 된 투자를 하고 싶다면, 단순히 호텔이나 회사 사무실에서 미팅을 하고서 인도라는 국가와 공간을 이해하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시그널을 읽고 싶다면 현장으로 가야 한다. 신흥 시장, 특히 인도와 같은 복잡한 시장에서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팔길이 투자(Arms-length investing)'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와 중국 경제는 상호보완성이 높으며 협력의 여지가 매우 크다. 또한, 인도 스타트업 업계가 중국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줄 가능성도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