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넘어오면서 인도의 벤처캐피탈 산업은 꾸준히 진화해왔고 큰 성장을 이루어냈다. 여기에는 모디 정부가 지난 4년간 실용주의 정책과 그 실천에 초점을 맞추는 두 가지 방식을 나란히 펼쳐 이러한 성장의 밑거름을 제공해 준 덕이 크다. 특히 올해는 지난 세월의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아주 중요한 해로 꼽힌다.
본지에서는 인도 스타트업 업계의 발전에 지난 10년 간 기여한 인플루언서와 투자자, 기업가 12명에게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지 물었는데 가장 많이 나온 말이 “걸음마 단계”와 “주춧돌” 이었다. 두 문장으로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1. 2008년부터 현재까지 스타트업 업계는 걸음마 단계였다.
2. 빠른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기초공사를 위해 주춧돌을 놓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맞는 말이다. 인도는 세계 3위 규모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걸음마 단계이며 아직 해야할 일이 많다. 일각에서는 인도를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대상으로 삼곤 하는데 이는 사실 부당하고 성급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자책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단순 비교는 어려워
우리는 벤처 투자와 IT 분야 투자가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이루어져 온 미국과 인도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시스코(CISCO), 아마존, IBM, 브이엠웨어(VMWare), 오라클 같은 큰 기업들이 모두 실리콘밸리의 IT 스타트업을 인수했는데, 유명한 예로 트렐로(Trello), 왓츠앱(WhatsApp), 링크드인(LinkedIn) 등이 있다. 이런 행보는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 내의 성숙도와 활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도에는 그런 예가 아직 없다.
인도의 기업들은 스타트업이 혁신의 전초기지이며, 대기업과 인수와 합병으로 인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고 제 실력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느리게 깨닫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인도에서도 이런 변화가 최근들어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중국과 비교하기도 어렵다. 사실 중국의 놀랄만한 성장은 중국인들이 자국민의 선택권과 인권을 희생한 댓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형이 전반적으로 변화한 것은 특히 지난 10년 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까지도 인도의 기업가들은 로컬 이슈들을 해결하는 것과 최신 기술을 다루는 것에 주저해 왔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대담한 벤처 펀딩의 부족으로 인해 빠르게 현금 흐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야에만 비즈니스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로컬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소비 행태의 변화와 낮은 가격책정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기간과 여유자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돈 많은 투자자들의 대담한 투자가 필요하다. 인도의 시장 기회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그러한 투자자들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 년 동안 이 모든 것이 바뀌었고 드디어 인도의 기업가 정신이 빛을 보는 때가 온 듯 하다.
이 기사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동안 우리는 다시 한번 인도 스타트업 업계가 아직도 총체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분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숙한 시장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특히 인도는 어디서 나온 정보이든지 간에 정보가 부실하고 상호연관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트렌드를 읽어내거나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검증이 필요하다.
세계 질서의 변화
1978년에 중국에서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했을 때 인도와 중국의 GDP는 거의 비슷했다. 그 후 인도는 사회주의 노선을 걸어왔고 중앙정부의 계획이 크게 실패하여 결국 1991년 IMF의 압력을 받고 개혁을 시작해야 했다.
인도는 민주주의와 지방 분권이라는 배경의 차이로 시장 참여자들의 성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중국처럼 빠른 속도로 개혁이 진행되지 못했다. 그 결과 2018년 중국과 인도의 GDP 격차는 4.5배로 더욱 커졌다.
중국의 보호주의와 서구식 인프라를 창출하는 경향에 힘입어 지난 20년 간 미국 기업들에 대적하는 중국 내 소비자 대상 인터넷 회사들이 급격히 성장했다. 중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을 선택했다. 중국의 소규모 수출 업체가 직면한 가장 큰 제약은 첫째, 제품이 알려지기 어려운 점, 둘째, 물류 문제, 셋째, 결제 문제였다. 잭 마(Jack Ma)는 1999년에 이 기회를 발견하고 부상하는 중국에서 해결해야 할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알리바바(Alibaba)를 설립했다. 마찬가지로, 제이디닷컴(JD.com), 바이두(Baidu), 텐센트(Tencent), 디디(Didi) 같은 스타트업들도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을 최대한 활용, 놀라운 성공을 거두어 전세계의 부러움과 야단스런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소프트 뱅크(Softbank),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과 같은 초기 투자자들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야후!(Yahoo!)가 대표적인 예다. 당대 최고의 미국 테크 거인이었던 야후가 알리바바가 기업공개하기 10년 전에 알리바바에 투자했을 때는 그 투자 가치가 자사 핵심 사업의 8배에 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2017년 버라이즌에 48억 달러에 매각)
인도의 부상
1991년 경제개방 이후 인도는 수년간 7~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6년에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로 불렸을 때가 그 정점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 11월 단행된 화폐통용금지로 인해 인도가 잠시 그 궤적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인도에 새로운 기회가 펼쳐졌다. 중국에서 잃어버린 기회로 인한 충격 이후 인도에서 갑자기 열린 기회로 인해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인도에 넘어와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에 붐이 일어났다.
인도의 경제발전사와 거시경제가 가진 잠재력에 대한 투자가 새로운 투자 종목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세계 질서의 도래를 실감하게 되었다.